[인터뷰] “빅데이터 시대, 데이터로 세상 읽는 능력 중요” - 조성준 데이터마이닝 전문가

그야말로 빅데이터 시대다. 유통, 금융, 광고업계 할 것 없이 효율적인 기업 운영을 위한 데이터 활용이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등 산업 전반에서 빅데이터의 활약이 돋보인다.

헬스원미디어 승인 2024.03.25 10:24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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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조성준 교수 제공

그야말로 빅데이터 시대다. 유통, 금융, 광고업계 할 것 없이 효율적인 기업 운영을 위한 데이터 활용이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등 산업 전반에서 빅데이터의 활약이 돋보인다. 빅데이터가 실제 우리 삶에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핵심 기술로 자리 잡아가는 길목에 서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빅데이터가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빅데이터에서 발견한 인사이트는 세상을 얼마나 혁신할 수 있을까? 우리는 빅데이터 시대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응하며, 미래를 대비해야 할까? 조성준 데이터마이닝 전문가와의 만남에서 그 해답을 찾길 바란다.

Q. ‘빅데이터’가 산업 전반에서 중요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이 시작된 주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A. 크게 네 가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방대한 자료, 빅데이터의 생성입니다. 디지털 환경 속에서 다양한 분야의 데이터가 쌓여 빅데이터가 등장하게 됐죠. 두 번째, 기술의 발전입니다. 기술의 발전 덕분에 기업은 디지털 환경에서 발생한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세 번째, 경쟁 확대가 있습니다. 빅데이터라는 방대한 자료를 활용하고자 하는 욕구가 커지면서 기업 간의 경쟁이 확대되기 시작했죠. 마지막으로, 수익성입니다. 빅데이터에 기반한 기술 혁신으로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이끌 수 있기에 기업 입장에서 빅데이터가 중요할 수밖에 없죠. 다양한 요소와 환경이 맞물려 빅데이터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른 것입니다.

Q. '빅데이터가 중요하다'는 말은 많이 들리지만, 정작 일반 대중에게는 멀게 느껴지는 키워드입니다. 빅데이터가 중요한 가장 큰 이유를 꼽자면?
A. 빅데이터로 무얼 만들어낼 수 있냐고 묻는다면 ‘인사이트’라고 답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는 주관적인 인사이트에 의존했다면 이제는 데이터에서 추출해낸 객관적인 인사이트에 주목하고 있죠. 빅데이터가 등장한 이후에는 객관적인 데이터로부터 도출된 인사이트를 근거로 의사결정을 하는 추세로 바뀌었습니다. 또한 ‘획일’에서 ‘개인화’로 패러다임의 변화를 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80~90년대에는 기본적으로 획일적인 태도가 일반적이었다면 지금은 개인화 시대지요. 기존에는 저녁 9시면 온 가족이 모여서 공중파 뉴스를 보고 드라마를 봤다면 지금은 어떤가요? 평일 9시에 TV 앞에 모이나요? 아니죠. 각자 유튜브든, 넷플릭스든 보고 싶은 콘텐츠를 소비하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은행 업무를 봐야할 때 누구나 정해진 시간 내에 은행을 방문해야 했다면 지금은 24시간 송금, 대출이 가능해 각자의 일정에 따라 언제든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것처럼 서비스 이용의 시간 제약도 사라졌죠. 우리의 삶을 둘러싼 발전과 변화는 데이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Q. 빅데이터 관련 화두 중 하나가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DX)입니다. 교수님께서는 국내 산업군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느끼시는지, 변화를 어떻게 바라보시는지 궁금합니다.
A. 산업군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만나는 모든 CEO마다 이구동성으로 디지털 전환을 강조하며, 중요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죠. 다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이해 수준의 차이가 있습니다. 기업마다, CEO마다 디지털 전환에 대한 이해 수준과 진행 과정은 다 다릅니다. 다만 디지털 전환은 기업 존속을 위해 추진해야 하는 바람직한 변화라 생각하며, 바람직한 변화는 디지털 전환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데서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

Q. 지난해 <빅데이터 커리어 가이드북>을 편찬하셨죠. 책 소개를 간단히 해주신다면?
A. 데이터를 다룰 수 있는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빅데이터 전문가를 꿈꾸는 이들도 많아졌지요. 그런데 막상 빅데이터 직무를 배우려 해도 어떤 일을 하는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정보가 매우 제한적이었습니다. 빅데이터 전문가는 정확히 어떤 사람을 의미하고,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지를 정리한 책을 기획하게 됐습니다. 빅데이터 전문가를 꿈꾸는 사람들이 궁금증을 해소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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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길벗 제공

Q. 데이터 직무 종사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 태도는 무엇이 있을까요?
A. 기존 세대의 지혜를 의심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그런 거야’라는 말로 설명하는 시스템이나 작업 방식 등에 대해 “정말 그럴까? 왜? 이유가 뭘까? 근거 데이터가 있어?”라고 물음표를 던질 수 있어야 해요. 앞으로의 미래는 기존 방식이 통용되지 않는 시스템으로 변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어른들의 지혜가 나에게도 해당되는지, 과거의 지혜가 미래에도 적용되는지, 어른들의 성공방식이 앞으로도 효력이 있을지 등을 의심해야 해요. 모든 것에 의문을 갖고, 마지막 단계에서는 데이터 자체에 대해서도 의심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도출이 잘 되었는지, 오류는 없었는지 말이죠. 데이터 직무 종사자들은 부장에게서, 팀장에게서 답을 찾으려 해서는 안 돼요. 데이터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호기심을 갖고 질문을 던지는 마인드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Q. <빅데이터 커리어 가이드북>이 기업 경영진 입장에서 어떤 효용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A. 2019년에 펴낸 <세상을 읽는 새로운 언어, 빅데이터>는 빅데이터란 무엇이며, 어떻게 생성되고 활용될지 등 빅데이터에 대한 이해를 돕는 책이었다면 <빅데이터 커리어 가이드북>은 데이터를 다루는 사람을 중심에 두고 역할과 책임을 정리, 소개한 책입니다. 축구 경기, 하면 선수를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감독, 의료진, 경기장 관리자 등 다양한 사람, 다양한 역할이 필요하죠.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해당 도서에 빅데이터 직무 관련해 데이터 엔지니어, 데이터 애널리스트,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데이터 리서처, 시티즌 데이터사이언티스트, 데이터 기획자 등 총 6가지로 명확하게 정리했죠. 실제로 빅데이터 인력을 선발하거나 교육해야 하는 기업의 HRD(Human Resources Development, 인적자원개발) 담당자들이 <빅데이터 커리어 가이드북> 발간을 굉장히 반가워했습니다. 인재를 채용해야 하는데 직무별 역할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애매했기 때문이에요. 기업 측면에서 <빅데이터 커리어 가이드북>이 빅데이터 직무, 관련 인재상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Q. 국내 기업 중 데이터를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곳은 어디라고 생각하시나요?
A. 삼성전자가 압도적으로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의 변화와 새로운 기회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고 할까요? 어떤 것에 집중하고, 어떤 것에 신경 쓰지 말아야 하는지 잘 구분하고, 집중해야 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탑 다운 방식으로 엄청난 리소스를 쏟아붓죠. 임직원 교육에 큰 규모의 자본 투자도 아끼지 않습니다. 직원들을 6개월 동안 서울대학교에 보내 교육시킬 만큼 열성적입니다.
기업을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하자면 데이터 기반 사업을 하는 기업과 업무를 데이터 기반으로 처리하는 기업이 있습니다. 아마존, 네이버, 카카오가 전자에 해당하는데, 혁신적인 저력을 가진 회사는 오히려 후자입니다. 회사의 모든 의사결정을 데이터를 바탕으로 객관적으로 처리해 효율성,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죠.

Q. 방대한 데이터 속 가치 있는 데이터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삼성전자처럼 반도체 제조업체라면 반도체를 만드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온도, 압력, 농도 데이터 등이 소중하고, 사용자 맞춤 광고를 하는 메타(옛 페이스북)의 경우 유저의 취향 데이터가 가치 있죠. 기업, 부서, 업무마다 소중한 데이터는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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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조성준 교수 제공

Q. 데이터를 강조하지만 아직까지 우리사회는 데맹의 상태에 있다고 보면 맞을까요? 현재 우리나라의 데이터 리터러시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A.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고 볼 수 있죠. 미국을 예를 들자면, 미국도 정치인들은 데맹의 수준입니다. 심지어 왜곡하죠. 의도적으로 잘못된 데이터를 자신의 이권을 위해 활용하는 악행을 서슴지 않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데이터 공개를 많이 해요. 특히 코로나19 관련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정보가 정말 많이 개방되어 있어요. 미국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갖고 있는 데이터 대비 공개를 많이 하지 않는 편이죠. 데이터가 많이 공개되어야 데이터를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사람들의 능력도 향상되는 것이거든요. 현재는 데이터 공개에 있어 비밀주의지만 지금의 젊은 세대가 데이터를 가까이하고 활용하려 한다면 세대가 지나서 데이터 공개, 데이터 리터러시 수준도 향상될 거라 봅니다.

Q. 빅데이터 산업이 고도화됐을 때 어떤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까요? 교수님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습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객관적인 의사결정, 기술의 획일적 적용에서 벗어나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맞춘 개인화, 쉬지 않고 24시간 돌아가는 시스템이 일상이 되겠죠. 지금은 시작단계라고 생각합니다. 각자 취향에 맞는 맞춤 제품 및 서비스가 원할 때마다 제공될 거예요. 보다 편리하고 효율적인 사회가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가 의견을 제시했을 시 데이터로 현상을 분석하고 의문점을 제시하는 모습이 보편화되었을 때가 건강한 사회가 아닐까 싶습니다.

Q. 빅데이터 뉴스 플랫폼, TDI News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A. ‘빅데이터’는 젊은층이나 취업준비생, 전공자들만의 이슈가 아닙니다. 경제 활동을 지속하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전공과는 무관하게 학습해야 하는 영역이죠. 빅데이터는 경제, 경영, 의료, 과학, 인문, 사회 등 많은 분야에 적용됩니다. 빅데이터 시대에 데이터 리터러시가 중요한 만큼 빅데이터를 현명하게 활용하는 법을 알아야죠. 예를 들어 코로나 상황, 백신 효과 등을 이해하려 해도 데이터 리터러시는 필수적입니다. “무조건 정부를 따르자” 혹은 “정부 말은 다 거짓이야”와 같은 극단적인 논리를 펼치기 보다, 스스로 데이터를 해석해 무엇이 맞고 틀린지 정확히 알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참과 거짓을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죠. 빅데이터의 가능성을 인지하고, 열린 마음으로 공부하는 것이 좋은 자세라 할 수 있습니다.

◇조성준
‘대한민국 최고의 데이터마이닝 전문가’이자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워싱턴대학교에서 인공지능 연구로 석사 학위, 메릴랜드대학교에서 신경망과 기계학습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데이터마이닝센터 센터장으로서 연구 개발을 하고 있다. 또한, 국무총리와 함께 공동으로 공공데이터전략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정부3.0추진위원회 빅데이터전문위원장과 한국BI데이터마이닝학회 회장을 지냈다. 저서로는 <빅데이터 커리어 가이드북>, <세상을 읽는 새로운 언어, 빅데이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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